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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조각충동>


 

조각을 다루는 주목 받는 젊은 작가 17인의 작품

 

 

조각의 변화 경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각화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8월 15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조각충동 Sculptural Impuls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2년도 기관 의제인 ‘제작’을 기반으로 미술 현장, 특히 조각의 변화 경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하며, 현실적 담론을 담아내는 확장된 장으로서 미술관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그간 신생공간 등에서 소규모로 다루어졌던 조각의 변화를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맥락화하며, ‘지금 왜 조각인가’라는 질문을 이끈 동시대 조각의 ‘변화 지점’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와 자료를 축적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조각충동>은 현재 미술계 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각’을 다루고 있는 젊은 작가 17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통적 조각 개념이 와해된 지금, ‘조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축적된 고민과 변화들을 이끌어온 젊은 작가 17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가상현실(4D) 시대의 급속한 도래를 앞두고, 가상현실을 통해 근본적인 감각이나 관점이 변화할 때 조각은 이러한 환경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응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전통 조각의 신체성, 이미지, 물질, 위상을 새롭게 구상하는 동시대 조각들의 시도를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사회적, 장소적)’로부터 탈주하려는 미술의 모험으로 조망한다.

과거부터 익숙한 ‘조각’과 닮아있지만 그 신체성, 이미지, 물질, 위상에서 기존과는 다른 내적 구성 논리를 가진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전통적 조각을 지지체 삼아 ‘조각이 무엇인지’, ‘입체가 어떻게 의미를 발생시킬 것인지’ 질문하고 한편으로 모바일폰의 스크린이나 비대면 환경의 신체를 경유하는 동시대의 감각과 비평적 관점을 실어내는 것이, 지금의 조각에서 선결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조각이며 조각이 아닌 조각’, ‘관계 맺는 조각’,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로부터 탈주하려는 조각’, ‘존재 조건을 재구성하는 조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사회적 환경과 존재 기반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조각의 위상을 가로질러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사회적, 장소적)’로부터 미술적 실천을 발생시키며 탈주하려는 의지를 펼친다. 이는 곧 시각틀이자 사회적 의미망과 유통망까지 함축하고 있는 시각장에 조각을 던져 틈을 내고, 조각을 조각으로, 미술을 미술로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 최하늘  마주 보고 있는 <강철이(強鐵)(깡철)><백좌용비석>은 각각 총체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조각과 비물질 조각을 의미하며 현재 조각이 처해있는 상황을 은유한다. <강철이>는 총체화된 조각을 용이 되지 못한 욕심 많은 이무기로 표현하면서 단일 조각의 탐구해야 할 과제를 상기시킨다. <강철이>의 반대편에 있는 <백좌용비석>은 QR코드를 통해 용의 형상이 떠오르도록 되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비물질화의 과정에서 연극적인 풍경을 일구는 것에 지쳐 조각이 더 이상 물질을 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자기 몸체까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지 질문하는 존재다. 

 

 



▲ 문이삭   형태적으로 지옥의 문과 닮은 이 조각은 문의 앞과 뒤가 각각 천국과 지옥을 향하는, 중간 지대인 연옥을 지시한다. 또한 관람자가 작품의 비어있는 내부를 통해 전시장의 여러 풍경을 투영해볼 수 있도록 하면서 조각의 과거와 현재, 이미지와 물질, 그리기와 만들기 같은 다층적 시각 장을 펼쳐낸다. 최근 조각의 근본적인 방법론과 물성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는 로댕의 <지옥의 문> 도상들을 해체된 자신의 작품들로 재해석하여 숨겨두었으며, 감상자가 조각의 물성과 구조를 그 자체로 감각할 수 있도록 각각의 조각들이 이미지화되는 것보다 전체 조각의 필수적인 구조로서 작동할 수 있게 결합하고 있다.


▲ 곽인탄 <어린이 조각가>는 미술사의 도상이나 동시대 시각 이미지, 작가의 기존 작품을 참조하여 연쇄적으로 전개되어 나가는 작가 본연의 제작 방법을 따르면서도 어린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존의 틀과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 홍예준 <소프트-고어텍스> 시리즈는 ‘소프트 고어’와 ‘고어텍스’라는 단어를 자의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작가는 이 형상의 가벼움을 기능성 의류에도 많이 쓰이는 경량화, 기능화된 고어텍스 소재의 특성과 연결, 충돌시키고, 재료 덩어리들을 실제로 ‘출현’시킨다. 이는 작가가 현재 물성을 경량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것이 지연되거나 궤적이 드러나는 순간을 관찰하며, 작업 개체들이 디지털 이미지로 기록되었을 때 형성되는 착시의 요소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에 조형적 기반을 둔다. 


▲ 돈선필  미로와 같은 형태와 고전적인 컴퓨터 모니터 화면의 색상을 가진 좌대 위에 놓인 작품들은 가장 뒤쪽부터 <균형의 왕> 시리즈, <스크린 세이더>, <뱅크씬> 시리즈, <자본주의의 고양이> 시리즈이다. 좌대 앞쪽에서 보면 세 종류의 작품 이미지들이 중첩되고, 이것들이 좌대를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조각이라 불리는 장르의 기원을 전통 미술사 관점이 아닌 대량생산 산업 시스템 혹은 인터넷 이미지 유통의 시점으로 그려낸다. 



▲ 김채린 <행동유도조각 #2: 들여다보기>는 관람객이 구멍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작은 구멍에 손을 넣어 또 다른 작품을 만져보는 ‘몸으로 감상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대상들(타인, 공간, 시간, 물성 등)과의 다양한 관계 양상을 조각으로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