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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


 

건축, 생동하는 풍경이 되다, 김용관 건축 사진전

8월 6일까지 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

 

수많은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건축 사진가 김용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 전시가 오는 8월 6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다.

김용관은 도미니크 페로, 민성진, 조병수, 김찬중, 김태수, 마리오 보타, 조민석,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카메라에 담아 대중에 알려왔다. 그동안 작가가 촬영한 수천만 장의 건축 사진 중 장소의 현상학적 풍경이 두드러진 40여 점을 골라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건축 사진은 역사성, 문화성, 예술성을 지닌 건축물을 사람들이 인식하고 의미를 형성하는 데 깊숙이 개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김용관 작가가 건축가보다 건축물을 더 자세히 탐색하는 이유이다. 탐색을 마친 건축물은 작가 특유의 색채로 사진에 담아낸다.   

특히, 작가는 건축물을 하나의 독립적인 오브제나 사물이 아닌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생동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와 같은 작가의 특징을 사진 비평가 최봉림 작가는 “건축 사진의 첫 번째 기능은 의뢰받은 건축물의 적절한 기록이지만 김용관은 여기서 머무는 법이 없다. 언제나 그는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주변 환경과 건축물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 건축물의 외형과 분위기를 사진에 절묘하게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건물 주변의 분위기를 활용해 건물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이타미 준의 수, 풍, 석 미술관 사진이다. 온통 눈에 뒤덮인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석, 풍미술관과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에 파묻혀 간신히 지붕만 보이는 수미술관은 건물에도 표정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인 이타미 준의 수, 풍, 석 미술관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용관은 작가 노트를 통해 “내가 찍는 사진은 나의 직업이자 나의 삶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건물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들의 고민과 시간을 담아낸 함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나의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건축물은 주변의 수많은 관계를 통해 탄생하듯 나의 작업도 관계에서 출발한다. 관계야말로 건축이 가진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것을 내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를 풍성하게 해줄 ‘작가와의 대화’와 ‘포럼’이 준비됐다. 작가와의 대화는 5월~7월 중 월별 두 번씩 전시장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포럼은 6월 15일 오후 4시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 홀에서 열린다. 참여 방법은 DDP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또는 현장 신청하면 된다.  

한편, 건축 사진가 김용관은 1990년 건축 잡지 <건축과 환경> 재직 당시 처음 건축 사진을 찍기 시작해 국내에 가장 오래된 건축 전문지 <공간>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했다. 199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건축가협회(AIA)의 건축 사진가상을 받았으며 현업 건축 사진가 최초로 건축 사진 1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아키라이프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덴마크의 세계적인 건축가 비아르케 잉엘스의 첫 작품집을 출판하기도 했으며, 건축 매거진 <다큐멘텀>을 창간 발행했다.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해부터 주목받는 동시대의 디자인을 소개하는 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자세한 내용은 DDP 홈페이지(www.ddp.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김용관)

 

 

 

▲ 사유원 소대  ‘사유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사유원은 자연과 건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방대한 수목원 안에 마치 조형 작품처럼 자리 잡은 사유원의 소대를 작가는 마치 자연의 일부로 표현했다. 건축을 주변과는 

무관한 고립된 형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언제나 건축물을 에워싼 ‘풍경’ 속에서 건축의 미학을 탐색한다. 

첩첩산중에 은거한 사유원은 ‘풍경으로서의 건축’인 동시에 자연과 건축의 ‘관계의 기록’이다.

 

▲ 비오토피아 석뮤지엄  2005년 여름 김용관 작가는 이미 건축가로부터 의뢰받은 사진을 모두 끝낸 후였다. 

하지만 그해 겨울 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작가는 불현듯 흰 눈밭 위에 무심코 앉힌 건물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바로 그날로 주저 없이 제주도로 날아갔다.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쌓인 눈을 헤쳐 그곳에 당도했을 때 

작가는 상상만 하던 장면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의 인생에 각인된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울릉도의 해안가 절경 아래 진주처럼 밝게 빛나고 있는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이 유선형 건축물은 초고성능콘크리트(UHPC)를 현장에서 타설하여 지은 세계 최초의 건축물이다. 아름다운 선이 돋보이는 

이 건축을 새벽 동틀 무렵 하나의 풍경처럼, 거친 울릉도의 지형과 바다와 대조를 이루며 과감하게 사진으로 담았다.  

 

 

▲ 해방촌  격자형 도로 체계 속에 계획된 엄격한 질서의 현대 도시와는 상반된 서울 해방촌의 모습. 질서와 변화가 혼재된 

이곳의 불 켜진 다세대 주택들은 ‘풍경으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건축물을 넘어서 도시적 삶의 세부를 들여다보려는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 DDP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소 DDP. 해체주의 건축의 선구자였던 자하 하디드의 작품인 만큼 많은 사람이 

이 건물을 역동적 형태로만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김용관 작가는 오히려 그 형태에만 함몰되지 않고 건물이 

갖는 이 고유한 분위기를 낯설고도 익숙한 우리의 일상 중 하나로 포착하려 했다.